있으라고 쓰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마법을 믿는다. 섬에 살면서부터 비와 바람과 안개, 숲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쓰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오직 달님만이』를 출간했다.
1장
1. 나무에 빈 소원 _11
2. 새를 좋아해? _29
3. 기억 속의 여자아이 _58
2장
1. 여기로 온 이유 _89
2. 새가 된다면 _115
3. 용기를 내어 한 말 _120
4. 붉은 새의 노래 _137
3장
1. 다 함께 수수께끼 풀기 _145
2. 쏟아지는 빛줄기 속에서 _170
3. 소녀들, 그리고 그 곁의 소년 _186
발문|현실과 환상 그리고 존재들 김이삭(소설가) _193
작가의 말 _205
“너희들이 이 계절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섬세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 장아미의 판타지 성장 소설
독자를 놀라운 미래로 안내하는 SF와 꿈꿔왔던 순간으로 초대하는 판타지까지, 다채로운 장르 소설을 소개해온 자이언트북스에서 장아미 장편소설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가 출간되었다. 그는 첫 장편소설 『오직 달님만이』로 친숙함과 새로움을 두루 품은 한국형 판타지의 세계를 펼쳐 보인 바 있다. 호환(虎患)이 닥친 섬마을 속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자매를 통해, 운명에의 굴복과 극복을 선명히 담아낸 이 소설은 한 신인 작가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있으라고 쓰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마법을 믿는다”라는 작가의 소개글처럼, 또다시 판타지다. 어느 깊은 밤, 소년을 사랑하는 소녀가 신목(神木)에 소원을 빈다. 그 애가 나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고백을 받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후 무슨 까닭인지 소년은 느닷없이 새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것도 작은 곤줄박이로. 대체 소년은 왜 새로 변한 걸까? 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소년을 다시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장아미는 이 동화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위해 아파트 단지와 도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와 집안 곳곳을 지키는 신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지어낸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여자아이들은 작가가 ‘있으라’고 한 바로 그 세계에서, 모질고 추운 겨울을 나며 생명력으로 충만한 봄을 불러오기 위해 분투한다.
장아미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를 따라가다보면, 그의 시선이 소설 안은 물론이고 그 바깥에까지 미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 “너희들이 이 계절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 말이다. 어째서 계절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 걸까? 더불어 왜 성장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나아가는 일은 두렵지만, 이 작가와 함께라면 삶의 국면마다 주어지는 여러 물음을 용감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면서요, 그렇죠?”
처음엔 혼자, 그다음엔 셋이 한마음으로 비는 소원
고등학교 2학년을 앞둔 겨울, 희미는 준후와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준후에 대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고 있었기 때문. 희미는 신령하다고 소문난 신목을 찾아가 리본을 달고 소원을 빌 참이다. 준후에게 고백을 받게 해달라고, 자신을 좋아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수령이 오백 년이나 넘은 그 나무는 산책로를 걷다 샛길로 빠지면 나오는 언덕 위에 있었다.
어둡고 추운 밤길을 헤치고 소원을 빌고 내려오던 중, 희미는 준후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옆에는 어찌된 일인지 민진이 함께 걷고 있다. 희미의 눈에 민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준후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희미는 서운함과 질투를 느끼며, 준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자신을 좋아하느냐고, 어서 대답해보라고. 당황한 준후가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자, 희미는 화가 나서 당장 사라져버리라고 소리친다. 그 순간 준후는 갑자기 새로 변해버린다. 그것도 작은 곤줄박이로.
놀란 희미와 민진이 날갯짓하는 곤줄박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나타난 새별이 새를 조심스레 감싸 잡는다. 새별은 그다지 놀란 기색도 없고 자연스럽기만 하다. 희미와 민진, 새별은 새로 변한 준후를 둔 채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준후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희미, 새를 관찰할 때처럼 거리를 적절하게 두는 것이 편안한 민진,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별. 서로 너무 다른 데다, 그다지 친밀한 사이도 아닌 세 사람은 이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쳐야만 한다. 처음엔 혼자, 그다음엔 셋이 한마음으로 비는 소원. 셋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미처 알지 못했던 이 세계의 비밀스러운 얼굴이 드러나는데…… 이제 남은 건, 당신이 이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고 모험에 함께 뛰어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