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인 2019년 『내가 만든 여자들』로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사뭇 강펀치』,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등이 있다.
내가 너에게 가면 007쪽 작가의 말 261쪽 추천의 글 265쪽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동시에 의지할 줄도 아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산뜻한 소설.” 이다혜(작가) “이 다정한 씩씩함으로 우리는 과거에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윤단비(〈남매의 여름밤〉 영화감독) “어른이 되어서도 필요한 말, “너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다”는 상냥한 의지처럼 이 소설은 다정하게 우리를 보살필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유지현(<책방 사춘기〉 대표) “웃는 일이 많고 싶었다.” 반짝이는 변칙과 우연들로 변화하는 작은 세계 읍내에 나가면 삼 분에 한 번씩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작은 항만군. 사계절이 뚜렷해 벚꽃과 녹음, 단풍과 설경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성주는 초등학교 돌봄 교사로 일한다. 방과 후에도 아이들에게는 어른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성주는 아이들을 성심껏 보살핀다. 일고여덟 살 된 어린아이들의 미숙함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누구 하나 소외되어서는 안 되었기에 퇴근하면 진이 빠지기 일쑤. 하지만 성주는 어김없이 체육관으로 향한다. 챔피언 결정전 무대까지 오른 프로 복싱 선수이기 때문. 물론 아쉬운 패배로 언제 다시 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체급을 낮춰 도전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기대로 성주는 악착같이 체중을 감량하는 중이다. 돌봄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한 치의 예외도 없이 공평한 애정을 나눠주려고 노력하고, 복싱 선수로서 체중 조절을 위해 칼같은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일과를 채워 넣는 성주. 철저한 원칙주의자 성주의 하루는 빈틈없는 계획들로 꽉 차 있다. 정해놓은 루틴대로 굴러가던 조용한 나날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봄날의 새 학기. 돌봄 교실에 맹랑한 아이 애린과 그의 삼촌 도연이 찾아오면서부터다. 둥근 눈과 긴 속눈썹, 여름을 닮은 피부색의 애린과 곱게 묶은 머리에 우아한 버들가지 같은 목을 가진 도연은 직접 구웠다며 빵과 구움 과자들로 마음을 전해온다. 처음에는 마들렌이었다. 그다음엔 애플파이, 또 그다음엔 갈레트 브르통, 급기야 두 사람은 성주가 다니는 체육관에 등록해 매일 저녁 성주를 찾아오는데…… 체중 감량을 위해 끊었던 탄수화물의 맛은 혀에 착 감겨들고, 솔직한 애린과 상냥한 도연과의 대화는 외로운 줄도 몰랐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해야 하는 일, 지켜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저 “웃는 일이 많고 싶었”으니까. 이제 성주의 작은 세계는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조금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반짝이는 변칙과 우연들로. 건강한 상상력, 명랑한 목소리가 전하는 이야기 돌봄으로써 우리는 더 강인해진다 프롤로그에서 우리가 처음 만나는 인물은 성주의 할머니 이종옥이다. 호상을 맞이한 그는 저승사자들과 마주앉아 있다. 저승사자들은 언젠가 종옥이 “크게 좋은 일”을 한 대가로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종옥은 손녀 성주가 빵이라도 먹게 해달라고 빈다. 손녀가 하는 운동이 때리고 맞는 일이라 가뜩이나 못마땅했는데 곡기까지 끊었으니, 밥은 아니더라도 빵이나마 좀 먹었으면 싶은 것이다. 종옥은 이승에 세 계절 동안 머물며 손녀의 삶을 지켜보기로 한다. 자신이 부순 복싱 트로피에 깃든 채. 그러니까 자신이 곁에 없더라도 손녀가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덕분에 그다음 장부터, 우리는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 그대로 성주를 지켜보게 된다. 자신이 세운 원칙으로 꽉 찬 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고군분투하는가를, 또 우연히 찾아온 친구들을 받아들이며 그 세계가 얼마나 유연해지는가를. 설재인의 건강한 상상력이 명랑한 목소리에 실려 전해질 때, 우리는 그가 차마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고야 마는 인간을 향한 애정을 알아채게 된다. 멀리서나마 사랑하는 존재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은 마음, 또 누군가 이처럼 우리를 애틋하게 바라봐주길 원하는 마음. 인간이란 그런 바람을 품은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 더불어 이야기의 후반에 이르러, 종옥이 한 “크게 좋은 일”이 무엇이었는지까지 드러나면 이 작가의 믿음에 기대어 우리의 삶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일구어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연약하지만, 상대를 돌봄으로써 우리는 더 강인해진다는 믿음 말이다. 내가 너에게 가면,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야기의 힘에 기대어,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제자리에서 사뿐히 한 걸음 뗄 수 있기를. ♣ 추천의 글 작가는 인물들을 슬픔에 잠기게 하는 대신 슬픔을 땀으로 배출시켜낸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섣부른 동정이나 아픔 대신 다정한 씩씩함이 마음의 빈 공간 하나를 채워준다. 이 다정한 씩씩함으로 우리는 과거에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윤단비(〈남매의 여름밤〉 영화감독) 작가가 복싱 구 년 차라는 깨알같은 정보에 더해, 소설 속 설정과 캐릭터들이 누구로부터 어떤 연유로 비롯되었는지가 적힌 작가의 말까지 접하고 나면 소설 속 세계의 건강함이 결국은 소설을 쓴 작가의 건강함으로부터 온 것이겠다 싶다.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동시에 상대에게 의지할 줄도 아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산뜻한 소설. 이다혜(작가) 이 소설은 보살핌이 누군가를 향한 짝사랑처럼 가닿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마주하는 사랑의 가치임을 증명해낸다. 세계를 견고하게 만들고 끝없이 성장해나갈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필요한 말, “너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다”는 상냥한 의지처럼 이 소설은 다정하게 우리를 보살필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유지현(〈책방 사춘기〉 대표) ♣ 책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학생이 되어도, 밤마다 오토바이를 모는 고등학생이 되어도 멀끔한 척하며 성주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가끔의 순간들이 가로등 빛 같아서 성주는 길을 잃지 않았다.(20쪽) 내가 뭐라고 이렇게 다정한 양육자 밑에서 행복하게 사는 건가. 아마 그 마음 때문에 돌봄 교사 일을 시작했는지도 몰랐다. 과분하게 받은 걸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마도 그런 이유로.(22~23쪽) “그 할머니들이 있잖아, 너무 많이 상처를 받아서 굳은살이 잔뜩 박였거든. 그래서 남도 그렇게 살이 딴딴할 거라고 생각을 해. 찔러도 안 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해. 할머니들이 우리 성주를 싫어해서 그러는 게 아니여.”(32쪽) 안 먹었어야 하는데, 한번 먹으면 다시 먹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 되는 게, 그게 바로 탄수화물의 맛이다. 밀가루의 맛이다. 정성 들여 잘 만든 빵과 과자의 맛이다.(44쪽) 온도 차가 심해서 어린 마음을 헷갈리게 하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자기 합리화를 위해 요구받은 적 없는 애정을 퍼주고 행세를 부리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143~144쪽)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아이처럼 그런 말이 필요했다. 너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다는 말.(221쪽)